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에 'AI 패권경쟁의 기정학(技政學), 우리의 대응전략은?' 자료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정리해본다.
최근 오픈AI 샘 알트만(Sam Altman) 대표는 한국을 방문해 카카오 정신아 대표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
양사는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AI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한 기술협력과 공동 상품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한국 방문과 전략적 협력 발표는 딥시크(DeepSeek-R1)의 출시에 따라 급격히 요동치는 AI 시장의 경쟁 환경을 상 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 딥시크(DeepSeek-R1)가 등장하면서 AI 업계가 크게 출렁였으며 그 영향으로 미국 대표 AI 기술주인 엔 비디아의 주가가 급락하였다.
이는 딥시크가 저비용에 경쟁사 대비 성능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소스 코드도 오픈하면서 AI 산업의 판도 변화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낮은 학습 비용과 오픈소스 정책은 기업들에게 자사 서버에 고사양 AI 모델을 구축하는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AI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에서는 지방정부, 국유기업, 금융기관, IT 기업들의 자국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더욱이 딥시크 R1의 차기 모델인 R2가 당초 예정인 5월보다 앞당겨 출시된다고 알려지면서 기대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 한국은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2월 17일부터 딥시크의 다운로드를 중단한 상태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은 이번 딥시크의 등장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이를 ‘스푸트니크 모먼트(기술 패권의 중대한 전환점)’ 로 받아들이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AI가 딥시크의 자사 모델 무단 도용을 주장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는 곧바로 對중국 AI 수출통제 강화를 촉구했고, 연방수사국(FBI)도 딥시크의 반도체 확보 경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 스푸트니크 모먼트: 과거 소련이 미국에 앞서 자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았던 순간을 의미하며 미국, 소련간 우주경쟁이 격화된 계기로 작용
중국 역시 AI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先발전 後규제’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의 규제원칙이라 할 수 있는데,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자이자 플레이어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AI 기술을 기존산업에 융합하는 종합 지원책인 ‘AI 플러스’ 가 정부 공식문건에 처음 등장했는데, 향후 6년간 약 2,0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연간 333조원으로, 미국의 약 2배 수준이다.
특히 중국 AI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난립하던 시기를 지나, 2024년에는 ‘6소호(六小虎, 여섯 마리의 작은 호랑이)’ 로 불리는 주요 AI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맞물리면서, 미· 중 기술 격차는 더욱 좁혀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중국이 AI 기술 패권을 가져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AI 플러스: ’24.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AI+ 행동’ 개념을 처음 제시, AI 기술을 경제, 과학, 공공서비스,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통합하여 발전을 촉진
* 중국 6소호(六小虎): 즈푸AI(智谱AI), 바이촨즈넝(百川智能), 스텝펀(Stepfun), 링이완우(零一万物), 문샷AI(Moonshot AI), 미니맥스 (Minimax)
미국도 AI 시장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오픈AI는 딥시크에 대응하기 위해 가성비를 높인 최신 모델 ‘o3- mini’를 발표했고,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AI 기업 xAI를 통해 ‘그록(Grok) 3’을 공개했다.
또한, 미국은 AI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 해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 를 발표하며,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질세라 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이 ‘큐원(Qwen) 2.5-맥스’, ‘문샷 (Moonshot) AI’ 등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시장의 확대와 미‧중간 AI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 경쟁이 치 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Stargate Project: Open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주도하여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스타게이트’ 합작회사 설립, 대규모 AI 데이터 센 터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
AI 기술은 이제 단순히 콘텐츠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에이전 틱(Agentic) AI’, ‘물리적 AI’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윤리와 안전에 초점을 맞췄던 유럽도 이제는 AI 혁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올해 2월, 100여 개국이 참석한 ‘AI Action Summit’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미국과 영국이 최종 AI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간, 그리고 유럽 내부에서도 AI 기술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을 토 대로 신속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EU보다 제도적 지원이 늦어진 만큼* 더 빠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 (미국) 인공지능 행정명령 발효(’23.10월), (유럽연합) 인공지능법 제정(’24.6월), (한국)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국회 의결(’24.12월)
현재 AI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출시되고 기술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Global AI Index 2024’* 에 따르면, AI역량 평가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한국,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 등이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 Global AI Index: Tortoise Media는 83개 국가의 AI 역량을 이해하고자 122개의 지표를 구현(implementation), 혁신(innovation), 투자 (investment)의 세가지로 그룹화해 AI 역량을 평가
이제 AI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및 중진국들의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AI 미래를 둘러싸고 기정학(技政學)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미‧중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AI 중진국들은 ‘소버린(Sovereign) AI’ 추진을 통해 각자의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 잡았고, 프랑스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아마존과 MS로부터 각각 12억 유로, 4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받는 등 해외투자 유치에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편 캐나다는 지난해 ‘AI Sovereign Compute Strategy’ 를 수립,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 AI 분야의 연구 수행 등에 24억 캐나다 달러(약 2조 388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GPU 확보는 물론 자국내 컴퓨팅 자원을 확충해 해외 의존 도를 줄이는게 목적이다.
우리도 AI 역량을 키워 세계 3위의 AI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더욱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Action) 이 요구된다.
* Sovereign AI: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 전력망을 활용, 독립적인 인공지능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뜻함. 이 방법은 특정 국가나 대 형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발전시키고, 디지털 시대 AI 주권을 확립하는 접근법임.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AI 샘 알트만 대표의 우리기업 방문과 협력관계 구축은 딥시크 출시로 인한 글로벌 AI 경쟁 구도 변화 속에서 창출된 새로운 기회요인이며 우리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미‧중 사이에서 부각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현재 스타게이 트(Stargate) 프로젝트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 정도 규모를 투자할 회사가 아직 없다.
따라서 글로벌 AI기업과 협업은 AI 패권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지지 않고, 더 나아가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 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기업 간 글로벌 협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AI산업 지원도 AI 경쟁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AI의 가파른 기술발전속도와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므로 적기에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산업 경쟁력의 핵심 열쇠로 꼽는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는 「국가 AI컴퓨팅 센터」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투 자규모가 민관 합동으로 2조원이다.
미‧중의 수십, 수백조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에 비하면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다.
예산 제약이 있겠지만 AI 인프라의 중요성에 비추어 향후 정부지원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기업들도 자사 비즈니스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품 및 서비스 품질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노력해야 한다.
'2024 기업정보화통계'에 따르면 전국 10인 이상 고용 기업의 AI 이용률은 아직 약 30%인데 기업 규모에 따라 그 격차가 크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약 30%에 불과)를 고려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보다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AI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적절한 정부 지원체계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 같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다면 AI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로의 발전이 빨리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 250인 이상 고용기업의 AI 이용율은 63.3%인데 비해 50만 미만 고용기업은 27.4%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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